부산 근현대사를 집중 조명하는 역사박물관
해방 이후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 지역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도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역사 문화자원의 보존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한국전쟁 이전 부산의 기록 보존 활동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당시 수집된 자료는 150여 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1953년 전쟁이 끝난 직후부터 자료 수집이 본격화되어, 1960년 무렵에는 약 4,800여 점으로 증가했다. 이는 도시의 근현대사를 보존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 결과였다.
1960년대 초반, 부산 지역의 근현대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할 기관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며, 장소로는 원도심 대청동 일대가 검토되었다. 당시 기존 공공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옛 부산미문화원 건물은 상징성과 공간 활용 측면에서 적합한 위치로 평가받았다. 이후 이곳에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설립하기로 결정되었으며, 기관 명칭 또한 지역 정체성과 역사의 연속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채택되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도시의 근현대사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핵심 기관으로,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친 부산의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지역사 연구단체가 결성되어 역사관과 협력하며 부산의 역사 기록과 생활 자료를 수집해왔다. 특히 2003년 개관 이후에는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역사적 공간성을 보존하고, 근현대 부산의 도시사를 총망라하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개관 당시 역사관은 세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연간 약 5,000명의 학생과 시민이 참여한 역사교육 프로그램, 약 400명의 전문 연구자들이 이용하는 아카이브 열람 서비스, 그리고 시민 구술사 채록 활동이었다. 현재는 고문서 보존, 사진·영상 기록,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 3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설립 이래 근현대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기록화와 여성 연구자의 참여 확대 등 변화를 지속해왔다. 2018년에는 최신 보존 설비와 복합 전시 공간을 갖춘 별관을 신설해 현대적 기록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오늘날 이곳은 부산 전역의 역사 자료를 수집·전시하고, 시민과 미래세대에게 부산의 도시사와 문화유산을 전하는 중추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