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편한 진해의 숨은 맛집! 본가냉면

“진해의 봄, 냉면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다”

벚꽃 아래를 걷다 보면 어느새 허기가 찾아온다. 북적이는 맛집 대신, 조용하고 따뜻한 그릇 하나를 원하는 당신에게, 진해면옥은 딱 알맞은 공간이다. 혼자서도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냉면 한 그릇과 부드러운 수육, 그 정직한 맛은 여행자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데운다.

진해면옥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군더더기 없는 소박함이다. 요즘처럼 화려하고 트렌디한 가게가 많아졌지만, 이곳은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식탁 위엔 묵묵히 놓여 있는 금속 그릇과 수저, 그리고 주방에서 들려오는 면 삶는 소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엔 진해 사람들의 오랜 점심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가게를 연 건 1989년, 한창 벚꽃이 피기 시작하던 봄이었다. 당시 주인장 부부는 부산에서 냉면 기술을 배워 진해로 내려왔고, 항구와 군항 사이 어딘가에서 정착하듯 가게 문을 열었다. 첫 해엔 손님보다 바람이 더 많이 드나들었지만, 냉면 육수에 사골 대신 멸치와 무, 배를 넣어 만든 시원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동네 어르신들의 단골집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해군 장교였다는 청년, 지금은 은퇴한 중년이 되어도 가끔 들러 수육 반 접시에 냉면 하나를 시킨다. "예전엔 여기 앉아서 작전 회의보다 냉면에 진심이었지"라며 웃는 그에게서, 식당은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조각이 쌓이는 장소임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혼자 오는 손님도 많다. 젊은 여행자들이 “혼밥하기 편하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오고, 아버지 손을 잡고 왔다가 어른이 되어 혼자 오는 단골도 있다. 사장님은 여전히 주방을 지키고, 며느리가 서빙을 돕는다. "우리 집은 손님이 많아서 잘 되는 게 아니라, 오래 버텨서 남은 집이에요." 그 말 속에 이 집의 힘이 담겨 있다.

진해면옥은 그저 냉면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계절과 세월이 교차하는 한 그릇의 자리, 한 번쯤은 지나가야 할 진해의 시간이다.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맛일 수 있지만, 이 동네 사람들에겐 늘 곁에 있었던 맛. 벚꽃이 지고 나면 어느새 또다시 찾게 될, 그런 오래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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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조_신용인, “혼밥이 편한 진해의 숨은 맛집! 본가냉면,” @lab Curatescape, accessed April 30, 2025, http://oss-edu.alab.kr:10010/items/show/88.